중국 화장품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가장 먼저 챙기는 것 중 하나가 상표등록이다. 새 브랜드를 만들고 중국에서 쓸 상표를 확보하는 일은 해외 진출의 기본 준비 과정이다.
그런데 현장에서 업무를 하다 보면 한 가지 짚어 볼 문제가 있다.
상표는 등록했는데, 정작 제품은 출시하지 않고 사업도 진행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상표부터 확보해 두고 출시는 미루는 기업이 적지 않다. 향후 사업 확장에 대비한 경우도 있지만, 등록한 상표를 오랫동안 쓰지 않으면 상표권 관리에서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리고 2027년부터는 이 문제를 더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중국 상표법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1. 중국 상표법, 2027년부터 달라진다.

중국은 2026년 6월 26일 개정 商标法(상표법)을 통과시켰고,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이번 개정은 1983년 상표법 시행 이후 40여 년 만의 첫 전면 개정이다. 조문은 73조에서 87조로 늘었고, 상표등록 요건을 한곳에 모은 商标注册的条件(상표등록의 조건) 장이 새로 생겼다.
화장품 기업이 주목할 핵심은 세 가지다.
① 사용할 생각 없는 출원은 등록 거절 (제19조)
사용을 목적으로 하지 않고, 정상적인 생산·경영 수요를 명백히 넘어서는 상표 출원은 등록하지 않는다. 기존 법도 "사용 목적 없는 악의적 출원"을 거절하도록 했지만, 이번에는 기준이 "실제 사업 수요와 맞는가"로 더 구체화되었다.
② 위반 시 행정처벌 (제54조)
제19조를 위반해 출원하고 나쁜 영향을 끼친 경우 경고와 함께 10만 위안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단순히 등록이 안 되는 것을 넘어 처벌까지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③ 온라인 사용도 상표 사용으로 인정
인터넷 등 정보 네트워크를 통한 사용 행위가 상표 사용 범위에 명시적으로 포함되었다. 온라인 판매·홍보 비중이 큰 화장품 업계에는 의미 있는 변화다.
정리하면, 상표를 많이 확보하는 것보다 실제 사업과 연결된 출원과 사용이 훨씬 중요해졌다.
2. 상표만 등록하고 제품을 출시하지 않았다면?
한국의 A 화장품 회사가 중국 진출을 준비하며 브랜드 상표를 등록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런데 자금 사정이나 사업 계획 변경으로 출시가 계속 미뤄졌고, 몇 년 동안 판매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경우 상표등록 자체가 곧바로 위법이 되는 것은 아니다. 사업 준비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합리적인 이유로 출시가 늦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기간 사용하지 않으면 不使用撤销(불사용 취소) 대상이 될 수 있다. 중국에서는 정당한 이유 없이 등록상표를 3년 연속 사용하지 않으면 누구든지 취소를 청구할 수 있다. 흔히 撤三(철삼, "3년 불사용 취소"의 줄임말)이라고 부르는 제도다.
이 제도는 이번 개정으로 처음 생긴 것이 아니라 기존에도 있었다. 하지만 개정법이 상표의 실제 사용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바뀐 만큼, 등록증만 있으면 권리가 오래 안전하게 유지된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
특히 경쟁사나 상표 브로커가 내 상표를 노리고 3년 불사용 취소를 청구하면, 상표권자가 직접 사용 증거를 제출해 방어해야 한다. 증거가 없으면 상표를 잃는다.
3. 왜 상표만 확보하는 기업들이 생길까?
상표를 미리 등록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첫째, 다른 업체가 같거나 비슷한 상표를 먼저 출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중국은 "先申请原则(선출원주의, 먼저 출원한 사람에게 권리를 주는 원칙)"을 따르기 때문에, 한국에서 유명한 브랜드라도 중국에 먼저 출원하지 않으면 抢注(창주, 상표 선점·무단 선등록)를 당할 수 있다.
둘째, 향후 제품군 확대나 신규 브랜드 출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셋째, 사업 계획이 구체화되기 전에 브랜드부터 확보하려는 경우도 있다.
이런 사전 출원이 모두 잘못된 것은 아니다. 개정법도 주력 사업, 합리적인 확장 품목, 온라인 판매 등을 고려한 방어적·선제적 출원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다. 문제가 되는 것은 사업 계획과 무관하게 상표를 대량 출원하거나, 타인의 브랜드를 선점하거나, 등록 상표로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행위다.
상표는 본래 상품과 서비스를 구별하고 브랜드 신뢰를 쌓기 위한 제도다. 실제 사업과 관계없는 상표의 무분별한 축적은 이 목적과 거리가 멀다.
4. 한국 화장품 기업은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첫째, 중국에서 쓸 브랜드명과 中文商标(중문 상표, 중국어 브랜드명)를 함께 검토한다.
중국 소비자는 영문·한글 브랜드를 자기 방식대로 중국어로 부르기 마련이다. 공식 중국어 브랜드명을 정해 함께 등록하지 않으면, 소비자가 부르는 이름을 다른 사람이 먼저 등록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
둘째, 제품 종류와 사업 계획에 맞는 지정상품을 고른다.
중국은 국제 분류(니스 분류) 외에 자체 기준인 类似商品和服务区分表(유사 상품 및 서비스 구분표)를 쓴다. 같은 류 안에서도 类似群(유사군, 세부 그룹)별로 보호 범위가 나뉘므로, 실제 판매할 제품이 속한 유사군을 정확히 지정해야 한다.
셋째, 등록 후에도 실제 사용과 사업 진행 상황을 점검한다.
넷째, 출시가 늦어진다면 지연 사유와 향후 계획을 정리해 관련 자료를 보관한다.
3년 불사용 취소 청구가 들어왔을 때 "정당한 이유"를 입증하는 근거가 된다.
다섯째, 중국에서 사용을 시작했다면 사용 증거를 꾸준히 관리한다.
계약서, 판매 자료, 광고 기록, 제품 포장 사진은 물론, 개정법이 온라인 사용을 명시한 만큼 온라인몰 상품 페이지, SNS 홍보 게시물, 라이브방송 기록도 날짜가 확인되도록 보관해 두는 것이 좋다.
상표를 등록하는 것만큼이나, 등록한 상표를 어떻게 쓰고 관리하느냐가 중요하다.
5. 화장품 기업이 검토할 상표 분류
화장품이라고 해서 제3류만 등록하면 끝나는 것은 아니다. 제품의 실제 유형과 사업 범위에 따라 함께 검토할 분류가 있다.
분류 주요 대상 화장품 기업이 검토할 사항
| 제3류 | 일반 화장품, 비의약용 세정·미용 제품 등 | 스킨케어, 메이크업, 일반 화장품 |
| 제5류 | 의약품 및 특정 의료·위생 관련 제품 등 | 제품의 실제 유형과 지정상품 확인 |
| 제10류 | 의료기기 등 | 의료기기 관련 사업을 하는 경우 |
| 제21류 | 화장용 브러시, 퍼프, 화장 도구 등 | 도구·액세서리를 함께 판매하는 경우 |
| 제35류 | 광고, 사업 관리, 소매·마케팅 관련 서비스 등 | 브랜드 홍보와 유통 사업의 보호 범위 검토 |
| 제44류 | 미용실, 피부관리 등 미용 서비스 | 에스테틱·살롱 사업을 하는 경우 |
다만 개정법 제19조를 생각하면, 분류를 많이 넣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실제 사업과 합리적으로 확장할 범위 안에서 필요한 분류를 고르는 것이 안전하다.
6. NMPA 등록·비안과 상표등록은 함께 준비해야 한다.
중국 화장품 시장에 진출하려면 브랜드 보호와 제품 규제 요건을 구분해서 준비해야 한다.
상표등록은 브랜드를 보호하는 절차이고, NMPA 注册(주처, 허가·등록)·备案(비안, 신고·등록)은 제품을 중국에서 판매하기 위한 규제 절차다.
따라서 상표를 등록했다고 화장품을 바로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NMPA 등록·비안을 마쳤다고 상표권까지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
두 절차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도 하다. NMPA 서류와 중국어 라벨에 들어가는 브랜드명은 상표와 일치해야 하고, 상표 분쟁이 생기면 제품 판매에도 영향을 받는다. 그래서 브랜드명과 지정상품을 검토하는 단계부터 제품 개발, 등록·비안, 출시·판매 계획까지 함께 세우는 것이 효율적이다.
마무리 하면
중국 상표등록은 해외 진출의 중요한 출발점이다. 하지만 상표등록증을 손에 넣었다고 브랜드 사업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제품을 출시하고,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리고, 시장에서 신뢰를 쌓아 가는 과정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개정 상표법은 실제 사용 의사와 사업 수요에 맞는 상표 출원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상표를 얼마나 많이 등록했느냐보다, 등록한 상표를 어떤 사업에 쓰고 어떻게 관리하느냐가 더 중요해진 것이다.
중국 진출을 준비하는 기업이라면 상표등록을 단순한 서류 절차가 아니라 장기적인 브랜드 전략의 일부로 접근해야 한다.
※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위한 것이며, 개별 사안에 대한 법률 자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상표 전략은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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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人大常委会丨强化商标管理和保护 商标法完成修订(인대 상무위원회, 상표 관리·보호 강화 상표법 개정 완료), 국가지식산권국(新华网, 신화망 게재), 2026-06-26
- 中华人民共和国商标法(2026年修订)(중화인민공화국 상표법 2026년 개정) 전문 및 해설 모음, 국가지식산권국答好商标事业高质量发展新命题(상표 사업 고품질 발전의 새 과제에 답하다), 知识产权报(지식산권보), 2026-07-012026新商标法修订解读:四大核心变化(2026 신 상표법 개정 해설: 4대 핵심 변화), 汉坤律师事务所(한쿤 법률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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